아지오 구두와 정치인 인연, 청각장애인 수제화 브랜드의 기적 같은 이야기

구두 한 켤레가 나라를 움직인 적이 있습니다.
2016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던 한 정치인의 낡고 해진 밑창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그 구두 브랜드는 아지오(AGIO). 청각장애인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수제화입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폐업 3년째를 맞은 구두 브랜드를 기적처럼 부활시켰습니다.


아지오 구두란? 이름의 뜻과 브랜드 정체성

아지오(AGIO)는 이탈리아어로 "안락한, 편안한"을 뜻합니다. 2010년 1월, 경기도 파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시작된 구두 브랜드로,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이 모체 법인입니다.

브랜드의 슬로건은 "소리를 담은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더 섬세한 손을 가진 청각장애인 동료들이 함께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현재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생산시설 아지오트렌드를 두고 청각장애인 15명, 지체장애인 1명 등 총 16명의 장애인 고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남성화(포멀·캐주얼), 여성화(펌프스·로퍼·샌들), 맞춤화 세 카테고리로 구성되며, 현대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과 공식 쇼핑몰 agio.kr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수제화의 탄생 — 장애인 고용의 새 모델

아지오는 단순한 구두 브랜드가 아닙니다. 노동 시장에서 가장 소외되기 쉬운 청각장애인의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설계된 사회적 기업입니다. 창업자이자 현 대표 유석영은 시각장애인으로, 자신도 장애를 지닌 채 청각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브랜드를 세웠습니다.

2010년 창업, 2013년 경영난으로 폐업이라는 아픔을 딛고 2017년 고용노동부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아 재출범했습니다. 아지오 펀드와 소액 기부로 초기 자본을 모아 공장을 재건했고, 유시민·유희열·강원래 등 문화계 인사들이 재능 기부와 모델 활동으로 힘을 보탰습니다.

수제화 특성상 대량 생산이 불가능해 한 켤레에 수일이 소요됩니다. 장인이 직접 재단·봉제·마무리하는 전 과정을 청각장애인 근로자가 담당하며, 의사소통의 불편을 보완하기 위한 전담 수화통역사도 상주합니다.


문재인 구두 브랜드 — 폐업에서 대통령 구두로, 기적의 부활 스토리

2012년 가을, 유석영 대표는 국회 복도에서 직접 구두를 팔았습니다. 윤후덕 의원의 안내로 찾아온 당시 야당 대표 문재인이 그 자리에서 아지오 구두를 직접 구입했습니다.

2013년 폐업. 2016년, 문재인이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사진이 언론에 퍼졌습니다. 그의 발에는 밑창이 닳고 해진 낡은 아지오 구두가 신겨 있었습니다. 구두는 폐업한 브랜드였지만, 그는 수년째 그 구두를 신어왔던 것입니다.

"그 때부터 오랫동안 아지오 구두를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유석영 전 대표는 펑펑 울었다."

2017년 대통령 취임 직후 문재인은 아지오에 새 구두를 주문하려 연락했지만, 이미 폐업 상태였습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유시민은 "대통령께서 이렇게 영업을 다 해주셨는데 내가 나설 테니 합시다"라며 유석영 대표에게 재기를 권유했습니다. 2019년에는 문 대통령 내외가 온라인 팝업 스토어로 구두를 재주문해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정청래·정원오가 찾아간 이유 — 정치인들과 아지오의 인연

2026년 4월 24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성동구 아지오를 방문해 토크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아지오 구두를 직접 들어 보였습니다.

이 방문은 단순한 유세 장면이 아닙니다. 아지오가 위치한 성동구의 전임 3선 구청장인 정원오 후보에게 아지오는 자신이 직접 키운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상징입니다. 정청래 대표 역시 장애인 고용·사회적 기업이라는 가치를 당 차원에서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였습니다.

아지오와 인연을 맺은 정치인·공인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 2012년 문재인에게 아지오 소개, 최초의 연결고리
  • 문재인 (전 대통령) — 2012년 직접 구매, 2016년 참배 사진으로 브랜드 부활의 계기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작가) — 초창기·재출범 모델, 재기 조언자
  • 이효리 (가수·여성화 모델) — 2020년 SNS 홍보로 사이트 마비 사태
  •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전 성동구청장 3선) — 2026년 4월 방문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4선 의원) — 2026년 4월 방문

구두 한 켤레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브랜드는 많지 않습니다. 아지오는 청각장애인의 기술력사회적 가치가 만나 만들어낸 가장 한국적인 수제화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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