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광주 이전, 왜 갑자기 추진되나 — 발단부터 찬반 쟁점 완전 정리

한예종 광주 이전, 왜 갑자기 추진되나 — 발단부터 찬반 쟁점 완전 정리

2026년 4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광주 이전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예술계와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런데 이 논란, 사실 '갑자기' 터진 게 아니다. 서울 석관동 캠퍼스 안에 있는 조선 왕릉 의릉 문제부터 시작해, 대학원 설치 요구, 지방선거 일정까지 여러 사정이 한꺼번에 얽혀 있다. 찬성 측 주장과 반대 측 주장, 그리고 법안에 숨겨진 구조까지 팩트 중심으로 정리한다.

한예종 이전 이유 — 정치보다 먼저, 의릉 문제가 있었다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는 구 국가안전기획부 건물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 캠퍼스 바로 인근에 조선 제20대 왕 경종과 왕비의 능인 의릉이 있다. 2009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일괄 등재되면서, 문화재청은 의릉 복원 계획을 수립했고 한예종이 문화재청 소유 부지를 임차해 쓰던 석관동 별관 일부는 이전이 불가피해졌다.

이 때문에 한예종은 이미 석관동·서초동·대학로 3개 캠퍼스를 통합 이전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검토 중이었다. 송파구, 과천시, 고양시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며 각 지자체의 유치전도 벌어지고 있던 상황. 즉, 광주 이전 논란의 배경에는 '어디로든 옮겨야 하는 학교'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여기에 2026년 7월 출범 예정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광주 지역구 의원들이 한예종 이전을 통합특별시 출범의 상징적 사업으로 연결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이슈가 됐다.

한예종 이전 찬반 — 찬성 측: 수도권 독점 구조를 깨는 실질적 수단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 갑)을 포함해 민형배, 전진숙 등 광주·전남 지역구 민주당 의원 11명이 내세우는 핵심 논리는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예술 인프라의 실질적 분산이다.

찬성 측의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다.

①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강화 — 전남·광주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토대 위에 독자적인 문화예술 전통을 가진 지역이다. 그러나 청년 예술인 유출이 심화되면서 지역 예술 산업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한예종 이전이 현실화된다면 지역에 고급 예술 인력이 정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② 어차피 이전해야 하는 학교라면 — 의릉 문제로 석관동 일부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내 다른 부지를 또 찾아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것보다, 국가 예술교육의 균형발전 관점에서 지방 이전이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③ 대학원 설치를 함께 추진 — 한예종은 현재 고등교육법상 '각종 학교'로 분류돼 정식 석·박사 과정을 운영할 수 없다. 법안에는 지방 이전과 함께 정식 대학원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학생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안을 이전과 묶어 '상생안'으로 설계했다.

한예종 총학생회 성명 — 반대 측: 껍데기만 옮기면 경쟁력은 사라진다

한예종 총학생회와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법안 발의 다음 날인 4월 23일 공식 성명을 냈다. 성명 제목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예술대학을 정치 목표 달성을 위해 잘라 붙이는 것에 반대한다'. 4월 28일에는 석관동 캠퍼스 이어령예술극장 앞에서 공개 성명 발표도 예정되어 있다. 반대 측 논리의 핵심은 세 갈래다.

① 예술 생태계는 학교와 함께 옮겨지지 않는다 — 한국 문화예술계의 실질적 인프라는 서울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공연장, 갤러리, 기획사, 레이블, 에이전시, 선배 예술가 네트워크 — 이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학교 건물을 옮긴다고 이 생태계가 따라 이전되지 않는다. 총학생회는 "한예종이 비서울로 이전한다면 문화예술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 생태계와 단절된다"고 명시했다.

② 우수 인재는 학교가 아닌 인프라를 따라간다 — 한예종이 광주로 이전할 경우, 재능 있는 예술 지망생들은 광주행을 선택하는 대신 서울 소재 다른 예술대학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한예종은 경쟁력을 잃고, 지방자치단체는 간판만 얻게 되며, 서울 중심주의는 오히려 공고해진다는 역설적 결과를 경고한다.

③ 절차적 정당성 부재 — 법안은 학교 구성원과 사전 협의 없이 발의됐다. 총학생회는 "정치적 편의를 위해 학생들에 대한 고려나 일말의 예고 없이 추진된 주장"이라며, 교육기관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전 가능한 대상으로 취급하는 방식 자체를 비판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생의 학습권이 선거 운동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예종 대학원 — 학생 숙원을 이전과 묶은 법안 구조의 문제

이번 논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법안의 설계 방식이다. 한예종은 고등교육법 제59조에 따른 '각종 학교'로 분류되어 있어, 일반 대학과 달리 정식 석·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없다. '예술전문사 과정'이 사실상 대학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정식 학위가 아니다. 해외 유학생 유치, 국제 학술 협력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는 구조다.

한예종 학생들과 교수진은 오랫동안 정식 대학원 설치를 요구해왔다. 이번 법안은 바로 이 숙원을 활용했다. '지방 이전 + 대학원 설치'를 한 패키지로 묶어, 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학원 설치도 없다는 구조로 설계된 것이다.

반대 측은 이 설계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대학원 설치는 이전 여부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학생들의 정당한 제도 개선 요구를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학생사회 전반에서 나오는 이유다. 총학생회는 이를 두고 "구성원들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무적 명분 하에 조건부 협상의 대상이 됐다"고 표현했다.

법안의 향후 처리 과정에서는 교육 환경 변화, 산업 연계성, 재정 부담, 지역 효과, 그리고 대학원 설치 분리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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