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야권인데 서로 "가짜 민주당"이라 부르고, "범죄자"라는 말까지 오갔다. 6·3 평택을 재선거를 앞두고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정면충돌하고 있다. 갈등의 불씨는 어디서 시작됐고, 여론조사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평택을이라는 선거구는 원래 어떤 동네인가. 핵심만 짚는다.
① 조국과 민주당, 왜 이렇게 싸우나
갈등의 표면적 원인은 단일화 결렬이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 김용남 후보의 의혹이 불씨를 당겼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김용남 후보에게는 대부업체 차명 운영 의혹, 세월호 관련 망언, 농지 투기 논란이 잇따라 제기됐다. 조국혁신당은 "민주진영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후보"라며 공개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소명이 완료됐다"고 반박하며 버텼다. 후보 자질을 둘러싼 이 공방이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둘, '진짜·가짜 민주당' 정체성 전쟁이 터졌다. 민주당 선대위는 조국 후보를 "가짜 민주당 후보가 사람들을 현혹한다"고 규정했다. 혁신당은 즉각 "조국 죽이기가 민주당의 6·3 최고 목표냐"며 맞받았고, 오히려 "평택을에 있는 가짜 민주당 후보는 김용남"이라고 반격했다. 상호 사퇴 압박까지 이어지며 갈등은 봉합 불가 수준으로 치달았다.
결국 이 싸움의 본질은 야권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다. 조국이 이기면 혁신당은 독자 세력으로 살아남고, 지면 당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 민주당은 혁신당에 표를 빼앗기면 앞으로도 계속 혁신당과 경쟁해야 하는 구도가 굳어진다. 평택을 한 석을 놓고 야권의 미래 지형이 걸린 싸움인 셈이다.
② 여론조사가 보여준 반전 — 갈등 속 누가 웃었나
민주당과 혁신당이 싸우는 동안 여론조사 수치는 조용히 움직였다. 그것도 민주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5월 16~18일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김용남 31%, 조국 27%, 유의동 17%였다. 같은 시기 한국갤럽 조사도 김용남 30%, 조국 23%, 유의동 21%로 민주당이 앞섰다. 그런데 의혹이 집중 보도된 이후 치러진 5월 26~27일 조사(MBC/코리아리서치)에서 판세가 뒤집혔다. 조국 29%, 김용남 26%, 유의동 20%. 불과 열흘 사이에 김용남은 5%p 빠졌고, 조국은 2%p, 유의동은 3%p씩 올랐다.
더 결정적인 숫자는 적극 투표층이다. 조국 33%, 김용남 27%, 유의동 2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투표장에 실제로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국 지지층이 더 단단하다는 뜻이다.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조국 vs 유의동은 49% vs 31%로 조국이 크게 앞섰다. 이 숫자가 민주당이 단일화를 받아들이기 더 어려웠던 이유다. 단일화를 수용하면 자기 후보가 물러서야 하는 결과였으니.
지금 구도에서 민주당이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하나다. 황교안 보수 후보가 막판 유의동 지지를 선언해 보수가 뭉치고, 야권 표가 둘로 쪼개지는 것. 이 경우 평택을의 농촌 보수 결집까지 더해지면 유의동의 어부지리 당선 가능성이 생긴다.
③ 평택을은 원래 어떤 선거구인가 — 역대 선거로 읽는 지형
평택을을 이해하려면 이 선거구가 보수의 텃밭이었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2014년 재보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유의동 의원이 내리 3번 당선됐다. 특히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유의동 47.67% vs 민주당 김현정 46.11%로 겨우 1,951표 차이의 초접전이었다. 도전은 거셌지만 결국 보수가 이겼다.
전환점은 2024년 22대 총선이었다. 민주당 이병진 후보가 54.23% vs 국민의힘 정우성 45.76%로 당선됐다. 단, 이 선거는 평택시 병 선거구가 신설되면서 신도심(신평동·원평동·비전2동·용이동)이 을 선거구에서 빠져나간 뒤 치러진 첫 선거다. 즉, 병 신설 이후 남은 을 선거구는 농촌·도농복합 비중이 더 높아진 구조다.
권역별 성향은 뚜렷하게 갈린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유입 인구가 많은 고덕국제신도시와 청북읍은 진보 표밭이고, 주한미군 기지와 붙어 있는 팽성읍, 서해안 농촌인 안중·포승·현덕면은 전통적 보수 지역이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다자 구도일수록 농촌 보수 결집이 신도시 진보 표를 제압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것이 민주당이 "평택은 막판 보수 결집이 세다"고 경고한 이유다.
④ 갈등 이후가 더 문제다 — 6·3 이후 야권 지형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갈등은 야권 내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서로 "가짜"라고 부르고, "범죄자"·"시한폭탄"이라는 표현까지 오간 관계는 6월 3일 이후에도 쉽게 봉합되지 않는다.
조국이 당선되면 혁신당의 원내 재진입으로 민주당은 앞으로도 혁신당을 경쟁자로 상대해야 하는 구도가 굳어진다. 조국이 낙선하면 혁신당은 원내 기반을 잃고 당 존립이 흔들리지만, 야권 분열로 보수 후보가 당선됐다는 비판이 민주당을 향한 여론으로 돌아온다. 어느 쪽이 되든 야권 내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는 구조다.
평택을 한 석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선거는 단순히 경기 평택의 국회의원 한 명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6·3 이후 야권 재편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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